Monday, February 28, 2011

등푸른생선 - 청어∙정어리∙고등어∙전갱이

등푸른생선

어류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색을 가진다. 등푸른생선이라 불리는 청어∙정어리∙고등어∙전갱이 등은 하늘에서 공격하는 새떼들이 내려다 볼 때 바다색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등이 푸르게, 바다 속 포식자가 올려다볼 때는 수면의 색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배 부분이 흰빛이 나도록 진화되었다. 이들 등푸른생선은 대량으로 포획되기에 예로부터 서민들에게 인기가 있는 어종이었지만 양질의 단백질과 EPA, DHA 등의 불포화지방산과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노화방지와 성인병 예방에 탁월함이 밝혀지면서 최근에는 웰빙 식품으로 각광 받게 되었다.


청어(과메기) : 푸를 청(靑)자가 붙은 대표적인 등푸른생선
청어는 등푸른생선을 대표한다 할만하다. 그래서 선조들은 이 물고기에 푸를 청(靑)자를 붙이고도 부족했는지 진짜 푸르다고 진청(眞鯖)이라고까지 불렀다. 기름 중에 진짜 기름이라 해서 ‘참’자를 붙인 참기름과 상통한다. 그만큼 선조들의 청어에 대한 애정이 깊었음을 엿보게 한다.

중국 한(漢)나라 성제(成帝) 때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던 다섯명의 제후들이 청어 요리를 즐겼다 한다. 귀한 물건을 가리킬 때 쓰는 오후청(五侯鯖)이란 말의 유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청어가 흔하게 잡혀서인지 선조들은 청어를 두고 가난한 선비를 살찌우는 고기라 해서 비유어(肥儒魚)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오후청이라 불리며 귀하게 대접받던 청어가 비유어로 불리게 된 이면에는 묘한 역설의 미학이 담겨 있다. 아마 선비들이 현실의 어려움을 제후의 음식을 통해서 잠시나마 잊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 연안에서 청어가 모습을 감추어, 
국내 유통되는 대부분의 청어는 원양산이다.
겨울철 입맛을 돋우는 포항 지방의 특산물, 과메기는 원래 청어로 만들었다.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도 이런 역설이 담겨 있다. 실직한 남편이 아침을 굶고 출근한 아내의 점심상을 차리며 남긴 메모인 “왕후의 밥, 걸인의 찬……”.에 깃든 해학이 그러하다. 겨울철 청어가 많이 잡히자 선조들은 배도 따지 않은 채 바람이 잘 통하는 해안가 덕장에 걸어 두고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면서 자연 건조시켰다. 이를 청어의 눈을 꿰어 말린다 하여 관목(貫目)이라 불렀다. 이 관목어가 겨울철 입맛을 돋우는 포항 지방 특산물인 과메기의 어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청어가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지 않자 꽁치 말린 것도 과메기로 통용되고 있다.


정어리 : ‘증울’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등푸른생선
정어리는 계절 회유성 어종으로 ‘바다의 쌀’ 이라 불린다. 이는 플랑크톤을 먹고 성장한 정어리가 고등어∙명태∙가다랑어∙방어∙상어 등 육식성 어류뿐 아니라 해양 포유류인 물개∙돌고래 등 거의 모든 포식자의 훌륭한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어리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 잘 변질되어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대접받지 못했다. 신선도가 떨어지는 정어리를 먹었을 때 입에 매운 맛이 나며 혀끝이 마비되는 듯한 중독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 김려선생(1675∼1728)은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인 [우해이어보]를 통해 정어리를 ‘증울(蒸鬱)’이라 하여 “매우 찌는 듯이 덥고 답답해서 머리가 아프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정어리라는 이름이 증울에서 나왔음을 유추해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정어리의 이름은 ‘증울 : 매우 찌는 듯이 덥고 답답해서 머리가 아프다.’ 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1923년 함경도 연안으로 엄청난 수의 정어리가 몰려온 적이 있었다. 얼마나 많았던지 해변에서 주워 모은 것만으로도 집집마다 몇 가마씩 되어 이를 절여두기 위한 소금이 품귀 현상을 빚고, 300톤 급 기선이 정어리 떼에 갇혀 항구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게 몰려들기 시작한 정어리는 1939년에만 120만 톤의 어획고를 올리면서 단일 어종으로는 세계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고등어 : 등이 둥글게 부풀어 오른 고기
고등어(高登魚)는 등이 둥글게 부풀어 오른 고기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옛 칼의 모양을 닮았다 하여 고도어(古刀魚)로, [자산어보]에는 푸른 무늬가 있다 하여 벽문어(碧紋魚)로 적었다.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죽어 버리는 데다, 신선도가 떨어질 경우 살에 많이 함유된 히스티딘이라는 아미노산이 히스타민으로 변해 식중독을 일으키기 쉽다. 이를 막기 위해 고등어는 잡자마자 소금에 절여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부패되기 쉬운 고등어가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경북 안동지방의 특산물이 되었다. 어류는 잡자마자 바로 먹는 것보다는 일정 기간 숙성을 거치면 맛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동해에서 잡힌 고등어가 안동으로 수송되는 하루 가량의 시간 동안 자연 숙성이 이루어지고, 이렇게 숙성된 고등어가 안동 간잽이(고등어에 소금 간을 들이는 사람)의 능숙한 손길을 거치면서 안동 간고등어라는 특산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평범한 고등어가 안동 간잽이의 손을 거치면, 명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평범한 고등어가 안동 간잽이의 손을 거치면, 명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안동을 거치면 명품이 되지만 대개의 고등어는 서민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대중적인 수산물이다. 영양가가 높으면서 가격은 싼 편이라 ‘바다의 보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예기치 못한 바다 사정 등으로 어획량이 줄어들어 고등어 가격이 폭등하면 서민들 시름이 커지는 것도 고등어가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해 왔음을 반증한다. 고등어는 양은 주전자에 찰랑거리는 막걸리와 함께 ‘고갈비’라는 낭만과 해학이 깃든 요리로 탄생되기도 했다. 고갈비는 고등어를 갈비처럼 구워 먹는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전갱이 : 일본어로 맛을 뜻하는 ‘아지’로 불리는 맛 좋은 생선
전갱이는 경상도 지방에서는 매가리로, 완도에서는 가라지, 제주에서는 각재기, 전라도에서는 매생이 등으로 불린다. 방언이 많은 다른 물고기가 그러하듯 이들은 우리나라 전 연안에 걸쳐 서식한다. 같은 농어목에 속하는 고등어와 겉모습이나 식 습성이 비슷하지만, 옆줄 뒷부분에 방패비늘(모비늘)이라고 하는 황색의 특별한 비늘이 있어 고등어와 구별된다.

맛은 고등어에 비해 쫄깃하고 비린내가 덜한 편이며, 등푸른생선 계열 중에서 비타민 B1을 가장 많이 포함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전갱이를 횟감이나 구이용으로 즐긴다. 그래서 전갱이 이름도 ‘아지’라 지었다. 아지는 일본말로 ‘맛’을 뜻한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 걸쳐 서식하는 전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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