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28, 2011

성게 - 극피동물

바다 속의 밤은 어떤 모습일까? 칠흑 같은 어둠에 고요할 것만 같지만, 어둠이 바다 속으로 내려와 낮에 활동했던 바다 동물들이 잠자리에 들고 나면 그동안 쉬고 있었던 바다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밤바다에는 낮과 다른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셈이다. 우리나라 연안 밤바다 속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바다동물로는 극피동물에 속하는 성게를 들 수 있다. 야간 다이빙을 즐기는 스쿠버 다이버라면 고슴도치가 가시를 곧추세운 듯한 자세로 무리지어 있는 성게를 보고 당황했던 경험을 한 번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성게는 가시 돋친 극피동물을 대표한다
가시가 돋친 피부를 가졌다고 해서 극피(棘皮)동물을 ‘Echino-dermata'라 하는데 성게의 영어명도 'Echino'라 표기한다. 그러다 보니 성게는 극피동물의 대표격이 되었다. 성게와 같은 극피동물들은 체벽에 소골편이라 불리는 석회질 판이 있다. 성게 가시는 제일 바깥쪽 부분의 소골편이 길게 변하면서 뼈같이 단단한 조직이 튀어나와 마디를 이룬 것이다.

각각의 가시마다 근육을 가지고 있어 외부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할 뿐 아니라 이동하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선조들은 이들 가시가 밤송이처럼 보였는지 성게를 ‘밤송이조개’라 불렀다. 그래서인지 [자산어보]는 성게를 율구합(栗毬蛤)이라 기록하고 있다.

선조들은 성게에 돋은 가시가 밤송이처럼 보였는지 성게를 
‘밤송이조개’라 불렀다.


해조류를 주식으로 해, 백화현상의 원인으로 지목
성게는 야행성 동물이다. 낮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바위틈 등에 머물다가 밤이 되면 슬금슬금 기어나와 감태나 미역 등 해조류를 뜯어 먹는다. 이들은 모든 형태의 해조류를 먹어 치우는 아주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큰 엽상체를 가진 거대한 해조류부터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석회질의 해조류들까지 거침없이 뜯어 먹는다. 성게의 이러한 식습성 때문에 바다 속 바위 위에서 해조류가 사라지는 백화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성게가 지목되기도 한다. 해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와 영양물질을 만드는 1차 생산자로 바다 속 먹이사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해조류가 사라지는 원인으로 성게가 의심받게 되자 성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상남도에서는 2010년  5월부터  성게를 잡아내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 많은 양이 일본으로 수출되어 어민들 소득에 큰 보탬이 되었지만, 값싼 중국산의 등장으로 수출길이 막히자 어획을 포기하는 바람에 지난 10여 년간 개체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탓이다.

해조류가 주식인 성게는 백화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맛과 향이 뛰어난 인기있는 먹을거리

성게는 전 세계에 800여 종이 서식하는데, 우리나라 해역에는 식용할 수 있는 보라성게‧분홍성게‧말똥성게가 주종을 이룬다. 이들 성게의 배를 갈랐을 때 나오는 황색의 생식선(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성게 알이라 부르는 것은 성게의 생식선으로, 자웅이체인 성게의 암컷은 황갈색, 수컷은 황백색을 띠고 있다.)은 맛과 향이 뛰어나 과거 일본으로 수출되는 등 주요 수산 자원이었다. 제주도에서는 성게 생식선을 넣고 미역과 함께 끓인 국을 별미로 여겨 손님에게 대접하는데, “제주도 인심은 성게국에서 난다.”라는 속담도 전해지고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맛이 달고, 날로 먹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고 전하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인기있는 먹을거리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연안에서 발견되는 성게는 독이 없어
열대 해역에서 발견되는 성게 중 가시에 강한 독을 포함한 성게도 있지만, 우리 연안에서 발견되는 보라성게‧분홍성게‧말똥성게 등은 가시에 독이 없다. 말똥성게는 잘 익은 밤송이 모양으로 성체가 지름 4센티미터 전후인 원형이다. 몸 빛깔은 보통 녹색이고, 가시의 길이는 5~6밀리미터 정도이다. 특히 동해안 북쪽에 서식하는 북쪽 말똥성게는 생식선의 맛과 향이 뛰어나다. 이들은 1~3월 주로 겨울철에 많은 양의 알과 생식선을 형성한다. 말똥성게와 달리 8~10월이 산란기라 이때 많은 알과 생식선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여름철에 제주도 성게국 인심이 좋아진다는 말이 생겼다. 보라성게는 껍데기가 반구형으로 견고하며, 날카롭고 크고 강한 가시가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전 연안 얕은 바다의 조간대에서부터 수심 70미터의 암초 사이에 널리 서식하는데 제주도 해역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분홍성게는 알집이 다른 성게보다 두 배 정도 큰데다 맛도 뛰어나다. 성체의 지름은 6~7센티미터 전후이며 높이는 2.5센티미터 정도로 높이가 낮고 넓적하여 넓적성게라고도 한다. 몸통과 가시 모두 붉은색을 띤다. 열대 바다에서 발견되는 독성게(불성게)는 성게 중 가장 크고 독성이 강한 종이다. 독이 있는 날카로운 가시가 피부를 뚫으면서 상처 속으로 독물을 주입한다. 가시에 찔리면 극심한 통증으로 실신하거나 호흡 곤란, 마비 증세가 오는데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우리 연안에서 발견되는 보라성게(왼쪽) ‧ 분홍성게(가운데) ‧ 말똥성게(오른쪽)는 가시에 독이 없다.


성게를 포식하는 동물들
성게는 고슴도치 같은 가시를 곧추세우고 몸을 보호한다. 성게 가시는 낚싯바늘 같은 미늘 구조라 한번 찔리면 심한 통증으로 며칠을 고생해야 한다. 하지만, 성게 가시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게를 포식하는 동물이 더러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쥐치와 돌돔, 바닷가재, 게, 불가사리 등이다. 이들은 곧추서 있는 가시를 피해 옆에서 공격하여 넘어뜨린 다음 가시가 적은 배 부분의 껍질을 찢어내서 내장과 생식선 등을 먹어 치운다. 복어목에 속하는 쥐치류는 들이마신 물을 힘차게 내뿜어 성게를 넘어뜨리고, 주둥이가 딱딱한 돌돔류는 성게를 들이받아 넘어뜨린 다음 입에 물고 서식처로 가져와 뜯어 먹는다. 성게 껍질이 흩어져 있는 주위를 살피면 돌돔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돌돔의 이러한 식습성 때문이다.

쥐치, 돌돔, 바닷가재, 게 등은 성게 가시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게를 포식하는 동물들이다.(왼쪽)
말똥성게는 이동할 때 머리 위에 해조류나 빈 조개껍데기를 짊어지고 자신의 몸을 숨긴다.(오른쪽)


독특한 위장술로 자기를 방어하기도
성게는 옆에서 공격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촘촘히 붙어산다. 성게들이 낮에 바위틈 사이에 몸을 꼭 끼우고 잠을 자는 것도 옆에서 공격 당하지 않기 위한 방어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성게의 자기 방어방법 중 하나로 독특한 위장술을 들 수 있다. 말똥성게의 경우 이동할 때 머리 위에 해조류 등을 짊어지고 자신의 몸을 숨긴다. 마치 전장에 나선 군인들이 철모에 풀을 꽂아 위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해조류를 구하기 힘들 때는 빈 조개껍데기를 짊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위장술은 우리나라에서뿐 아니라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 해역에 서식하는 성게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찰되었다. 



*성게의 가시와 차극 성게의 몸에는 가시 외에도 차극이라 불리는 막대 모양의 관이 튀어나와 있다. 가시가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사용된다면, 차극은 작은 미생물이 가시와 가시 사이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각각의 성게 가시에는 근육이 있는데, 작은 미생물이 가시 사이를 막아버리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차극이 필요하다. 성게는 가시가 부러지면 일정 기간 후 새로운 가시를 재생시키는데, 이것은 불가사리와 같이 조직을 재생할 수 있는 극피동물의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성게의 효능 성게의 생식선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철분이 많아 빈혈 환자나 병을 앓은 후 회복기의 환자에게 특히 좋다. 또한 인삼과 같이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 결핵이나 가래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날것으로 먹어도 되며, 성게죽 ‧ 성게젓 ‧ 성게국으로 먹는 등 기호에 따라 다양한 조리법이 개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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