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28, 2011

살아있는 화석 - 바다 속 화석 동물

지질 시대에 살았던 동식물의 유해나 흔적이 지층에 남아 있는 것을 화석(化石)이라고 한다. 화석은 오래전 지구 상에 존재하던 생물과 현재의 생물과의 진화관계를 규명하는 연구 자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대개의 경우 화석으로 나타나는 생물은 수억, 수천만 년 전에 살던 생물들이라 지금은 볼 수가 없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다른 모양으로 진화되었거나 멸종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석 속의 모양과 지금 살아 있는 생물의 모양이 똑같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생물들을 ‘살아있는 화석’이라 한다.


진화와 멸종의 변화 없이 어떻게 똑같은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다른 생물들이 진화하고 진화에 실패한 생물들이 멸종하는 수억 년의 세월 동안 살아 있는 화석 생물들은 어떻게 똑같은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걸까? 어떻게 보면 이들은 어떠한 환경에도 잘 적응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거나, 생겨날 때부터 효율적인 신체 구조라 구태여 새로운 기능을 갖춘 모습으로 진화할 필요성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화석 생물의 대표적인 예로 식물 중에는 은행나무, 버드나무, 종려나무, 목련나무, 포도나무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화석을 통해 백악기의 모습이 지금과 똑같다는 것이 증명된다. 호박(Amber) 속에 갇힌 곤충 화석 연구를 통해서 화석을 통해 발견된 곤충 목의 1,263개 과 중에서 84%가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형태와 동일한 모습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땅 위 식물이나 곤충뿐 아니라 바다 속에도 살아 있는 화석 생물들을 찾을 수 있다. 바다나리류, 투구게, 앵무조개, 실러캔스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나리꽃을 닮은 극피동물, 바다나리류

중생대 트라이아스기(2억 3,000만~1억 8,000만 년 전) 이후로 그 모습이 변하지 않은 바다나리류는 생긴 모양이 나리꽃(Lily)을 닮아 바다나리(Lily-like)라 이름 지어졌지만, 실상은 꽃과는 거리가 먼 불가사리나 해삼 같은 극피동물에 속한다. 이들은 줄기를 가지고 한 곳에 붙어서 살아가는 종과 줄기 없이 이동하는 종의 두 가지로 분류된다. 줄기가 있는 부류는 바다백합류라 불리며 줄기를 이용해서 몸을 바닥에 고정시킨 채 살아간다. 이들은 100미터 이상의 깊은 수심에 서식하므로 쉽게 관찰되지 않는다. 잠수 도중 물속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부류는 갯고사리류라 불리는 줄기가 없는 종이다. 갯고사리류는 아래쪽에 있는 갈고리같이 생긴 다리를 이용해서 바닥에 고착하거나 이동할 수 있다. 위쪽으로는 갈라진 팔이 있는데, 여기에는 점액질로 덮인 무수한 깃털 같은 가지가 뻗어 있다.

바다나리류는 중생대 트라이아스기부터 그 모습이 변하지 않은 채로 남은 극피동물이다.(왼쪽)
바다나리 가지의 독 성분은 바다나리뿐 아니라, 그곳에 적응해 살고 있는 작은 물고기에게 
포식자의 접근을 막아주는 방패막이가 된다.(오른쪽)

바다나리는 팔과 가지를 그물처럼 활짝 벌리고 있다가 달라붙는 플랑크톤을 잡아먹는다. 사촌지간인 불가사리나 해삼의 입이 아래쪽에 있는 데 반해, 바다나리의 입은 물속의 플랑크톤을 걸러먹기 위해 위쪽에 위치해 있다. 바다나리는 포식자들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가지에 독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초보 다이버가 버둥거리다가 바다나리를 건드리면 점액질을 가진 가지가 얼굴이나 피부 등에 달라붙어 따끔한 통증을 주기도 한다. 이 통증은 잠수를 마친 후에도 상당기간 지속된다. 그런데 이런 점액질 성분과 독 성분은 바다나리의 가지 사이에 적응해 살고 있는 작은 물고기 등에게는 포식자의 접근을 막아주는 훌륭한 방패막이가 된다.


의료 약품 개발에 이용되는 투구게

투구게는 고생대 실루리아기(4억 3,900만 년 전)에 생겨 중생대(2억 5,100만~1억 4,400만 년 전)에 번성한 절지동물 검미목(劍尾目)에 속하는 동물이다. 검미목은 꼬리 부분이 칼 모양을 닮아 지어진 이름이다. 몸은 칼 모양의 꼬리를 포함하여 머리가슴, 배의 세 부분이다. 영미권에서는 머리가슴 부분이 말발굽 모양을 닮았다 하여 ‘호스크랩(Horsecrab)'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머리가슴 부분이 투구 모양을 연상시킨다 하여 ‘투구게’라고 부르게 되었다. 투구게는 화석 동물로서의 가치 이상으로 인류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 투구게의 혈액에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독성을 응고시키는 성분이 있는데 이를 이용하여 주삿바늘이나 수술용 의료 장비를 소독하는 약품이 개발되었다. 최근 투구게 혈액의 DNA 구조가 밝혀져 이들 성분을 인위적으로 합성해내게 되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이들의 혈액을 직접 이용하기 위한 조업이 성행했었다. 투구게의 알은 고단백질로 철새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해마다 5월과 6월이면 미국 북대서양 연안의 델라웨어만에는 산란하려는 투구게와 북극으로 떠나기 전 이곳에서 투구게의 알을 먹으며 영양을 보충하려는 도요새가 모여들어 장관을 이룬다.

화석 동물 투구게는 의료 약품 개발 등에 이용되어 현대 인류의 생명 연장에 기여해 왔다.(왼쪽)
오징어, 문어 등 일반 두족류와는 달리, 앵무조개는 연약한 몸을 보호하기 위한 껍데기를 유지하고 있다.(오른쪽)


앵무새의 주둥이 모양을 닮은 앵무조개

앵무조개는 고생대 캄브리아 전기(5억 4,000만 년 전)에 출현하여 오르도비스기(5억 년 전)에 번성한 연체동물이다. 오징어, 문어 등과 같이 머리에 다리가 달려 있어 두족류로 분류된다. 앵무조개라 불리게 된 것은 턱이 앵무새의 주둥이 모양을 닮은 데서 기인한다. 같은 연체동물 두족류에 속하는 오징어와 문어가 껍데기를 벗어버렸다면 앵무조개는 껍데기를 가지고 연약한 몸을 보호한다. 껍데기는 격벽에 의해서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곳에 공기를 채워 부력을 얻을 수 있고, 물을 채웠다가 뿜어내는 추진력으로 바다 속을 이동할 수 있다. 다른 연체동물과 달리 살에 독성이 있어 먹지는 못한다.


대표적인 화석동물, 실러캔스

지구상에 어류가 처음 등장한 것은 실루리아기(4억 3,900만 년 전)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후 데본기(4억 900만 년 전)에 이르러 양서류가 등장했다. 고생대 데본기 이후 나타난 실러캔스는 100여 년 전 화석으로 발견되었는데, 지느러미에 뼈의 흔적이 나타나 어류에서 양서류로 진화하는 과정을 설명해주는 동물로 큰 관심을 모았다.

대표적인 화석 동물 실러캔스는 어류에서 양서류로의 진화 과정을 설명해주는 동물로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

그런데 백악기에 멸종한 후 화석으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실러캔스가 1938년 12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이스트런던 동해안 칼룸나 강 앞바다에서 어선에 의해 포획되었다. 괴이하게 생긴 물고기가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두로 나간 이 지역 박물관장 마저리 래티머는 이 물고기를 입수, 학계에 보고하면서 실러캔스는 가장 대표적인 살아 있는 화석동물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주요 서식지는 아프리카 동부 코모로제도 해안이다. 1952년 두 번째 실러캔스가 발견된 이래 이 지역에서만 200마리 이상이 그물에 걸렸다. 1997년에는 인도네시아 연안에서 새로운 종이 발견되기도 했다. 현재 서울 63빌딩에 코모로공화국으로부터 기증받은 실러캔스 표본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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