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28, 2011

꼬막 - 벌교의 또 다른 자랑거리

“벌교에 가거든 주먹자랑 하지 마라.” 예부터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 사람들이 힘이 세다는 말인데 이 말은 벌교의 지역 특산물 꼬막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단지 꼬막을 즐긴다고 해서 힘이 세지지는 않겠지만,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는 꼬막이 건강식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아낙들이 채취하는 벌교산 꼬막이 최고
꼬막 중에서도 벌교산이 최고로 대접받는 것은 벌교 앞바다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감싸는 벌교 앞바다 여자만(汝自灣)의 갯벌은 모래가 섞이지 않는데다 오염되지 않아 꼬막 서식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2005년 해양수산부(현재 국토해양부)는 여자만 갯벌을 우리나라에서 상태가 가장 좋은 갯벌이라 발표한 바 있다.

꼬막은 아낙들이 널배에 꼬막 채를 걸어 갯벌을 훑으며 채취한다.

이곳에서의 꼬막 채취는 예나 지금이나 아낙의 몫이었다. 아낙들은 길이 2미터, 폭 50센티미터 정도 되는 널배에 꼬막 채를 걸어 갯벌을 훑으며 꼬막을 걷어 올린다. 허리까지 푹푹 빠져드는 갯벌에서 한쪽 다리는 널배에 올리고 다른 발로는 밀면서 이동하는 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닐 것이다. 더구나 꼬막이 제 맛을 내는 겨울에서 초봄에 이를 무렵 칼바람을 맞으며 갯벌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고단함은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사새목 꼬막조개과의 꼬막, ‘와농자’라고도 불려
꼬막은 길이 5센티미터에 높이가 4센티미터 남짓한 사새목 꼬막조개과에 속한다. 겉이 반질반질한 여타 조개와 달리 껍데기 표면에 17~18줄의 굵은 골이 파여 있다. 이 골은 가장자리 쪽으로 갈수록 굵고 간격이 벌어져 뚜렷하게 보인다.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魚譜)라 할 수 있는 김려 선생의 [우해이어보]에는 이 골의 모양새가 기왓골을 닮았다 하여 와농자(瓦壟子)라 적었다.

채취된 꼬막은 골 사이에 들어 있는 개흙을 씻어내고 소금물에 담가 뻘을 토해내는 해감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꼼꼼한 잔손질이 필요하다. 손질된 꼬막을 익혀내는 데는 벌교 사람들에게 전수되는 비법이 있다. 적당한 불 조절과 열기가 골고루 전달되도록 저어주는 손맛에 따라 꼬막 맛은 천양지차가 된다.

꼬막은 껍데기 표면에 굵은 골이 파여 있는데 이 모양새가 기왓골을 닮았다하여 와농자라고도 불럿다.(왼쪽)
꼬막 중 가장 큰 피조개와 바지락을 비교해보았다.(오른쪽)

  
물을 붓지 않고 익힌 꼬막은 간을 하지 않아도 감칠맛이 난다
제대로 된 꼬막 맛을 보기 위해서는 물을 부어 삶지 말고 손질된 채로 냄비에 넣고 구워내 듯 익혀야 한다. 꼬막 안에 들어 있는 수분으로만 익혀내면 꼬막에 담겨 있는 바닷냄새를 미각과 후각으로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익힘의 방식은 문어도 그러하다. 적당히 달궈진 솥에 문어를 넣고 익히면 문어 안에 들어 있는 수분이 육질을 차지게 만들어 준다.

꼬막은 다른 조개와 달리 익고 나서도 입을 꽉 다물고 있다. 성미가 급한 사람은 틈 사이로 손톱을 비집어 넣어 젖히다가 손톱이 깨지고 만다. 이때 위 뚜껑과 아래 뚜껑이 맞물린 이음 사이에 숟가락을 들이밀어 지렛대처럼 젖히면 쉽게 열 수 있다. 열린 꼬막 속에는 주황색의 살과 함께 불그죽죽한 물이 고여 있다. 이 졸깃졸깃한 조갯살은 특별한 간을 하지 않아도 간간하고 감칠맛이 난다.


꼬막은 크게 참꼬막∙새꼬막∙피조개의 세 종류
꼬막은 크게 참꼬막과 새꼬막, 피조개의 세 종류로 분류한다. 꼬막 중 진짜 꼬막이란 의미에서 ‘참’자가 붙은 참꼬막은 표면에 털이 없고 졸깃졸깃한 맛이 나는 고급 종이라 제사상에 올려지기에 ‘제사꼬막’이라고도 불린다. 이에 비해 껍데기 골의 폭이 좁으며 털이 나 있는 새꼬막은 조갯살이 미끈한데다 다소 맛이 떨어져 하급품으로 취급되어 ‘똥꼬막’이 되었다. 잡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참꼬막은 갯벌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 채취하는 반면 새꼬막은 배를 이용하여 대량으로 채취한다. 완전히 성장하는 기간도 참꼬막은 4년이 걸리지만 새꼬막은 2년이면 충분하다. 이러한 이유로 참꼬막이 새꼬막에 비해 서너 배 비싸게 거래된다.

한 상 잘 차려진 꼬막요리. 보성관광길에 접할 수 있는 꼬막요리는 식도락가가 아니라도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꼬막류 중 최고급 종은 피조개이다. 조개류를 포함한 대부분의 연체동물이 혈액 속에 구리를 함유한 헤모시아닌을 가지고 산소를 운반하지만, 꼬막류는 철을 함유한 헤모글로빈을 가지고 있어 붉은 피가 흐른다. 특이하게도 꼬막류가 헤모글로빈을 가지는 것은 산소가 부족한 갯벌에 묻혀 살기에 호흡을 위해서는 헤모시아닌보다 산소 결합력이 우수한 헤모글로빈이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피조개라 이름 붙은 것은 참꼬막과 새꼬막에 비해 월등히 크기에 붉은 피를 두드러지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가비를 벌리고 조갯살을 발라내면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진다. 산란기 전인 겨울철에 채취한 것은 피 채 날것으로 먹을 수 있다지만, 조개류를 날것으로 먹을 때 오는 비브리오 패혈증에 노출될 위험은 각오해야 한다.


특이하게도 피조개는 양식이 자연산보다 맛이 좋다 
피조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양식된다. 이렇게 양식된 피조개의 98퍼센트 이상이 비싼 가격으로 일본으로 수출되어 외화 획득에 일조한다. 대부분의 해산물은 양식한 것보다 자연산이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지만, 피조개는 양식한 것이 자연산보다 세 배 정도 비싸다 한다. 양식한 피조개의 맛이 자연산보다 뛰어나다는 이야기이다. 양식 피조개를 앞에 두고 미식가인 듯 자연산 피조개를 찾는다면 비웃음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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