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28, 2011

바다거북 - 느림보가 아니다

“니, 조오련이 하고 바다거북이 하고 수영 시합 하모 누가 이기는지 아나?” 한국 영화사에 신기원을 이룬 영화 <친구>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 중 하나이다. 전성기 때 故 조오련 씨와 바다거북을 시합시키면 누가 이길까? 결론부터 말하면 바다거북을 따라잡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조오련보다 빠른 바다거북의 수영 실력
바다거북의 수영 실력은 ‘느림보’ 라는 고정관념을 허물게 한다. 이들은 장거리 수영에 잘 적응되어 있을 뿐 아니라 순간적으로 빠르게 헤엄칠 수 있다. 짧은 거리에서는 32km/h 이상으로 헤엄치는데, 평균 유영속도는 20km/h에 이른다. 1970년 제6회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4분20초2로 자유형 400미터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故 조오련 선수의 기록을 시속으로 환산해보면 5.53km/h에 불과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미터에서 3분41초86으로 금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도 6.49km/h 정도이다.

수영으로 바다거북을 따라잡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바다거북 입장에서 400미터 정도되는 짧은 거리를 두고 빠르기를 논하는 자체가 가소로울 수 있다. 이들은 단거리보다는 장거리와 잠수 능력에서 발군의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거북 가운데는 알을 낳기 위해 4,800킬로미터나 이동하는 종도 있고, 수심 1,200미터까지 잠수하는 종도 있다.


바다거북의 고향은 육지의 늪지대
땅 위에서 느림보 취급을 받고 사람이 나타나면 바다로 꽁무니를 빼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바다거북의 고향을 당연히 바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약 2억 년 전에는 육지 늪지대에 살았다는 사실이 화석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그 후 5천만~1억 년 전 사이에 일부 종이 바다에까지 삶의 영역을 넓히면서 바다가 거북이들의 삶의 터전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모든 종이 바다로 내려간 것은 아니다. 육지에는 바다거북인 터틀(Turtle)에 상대되는 의미로 토터스(Tortoise)라 불리는 육지거북∙자라∙남생이 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바다로 내려가 진화한 거북은 7종 정도이다. 이들은 바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리가 물갈퀴로 변형되고 한번 들이마신 호흡으로 장시간 바다 속에 머물 수 있도록 신체기능이 단련되긴 했지만 육지에서 살던 습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해 육지에서 부화하고 여전히 허파호흡을 해야 한다.

바다거북이 호흡을 위해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다거북은 모두 7종류
7종의 바다거북은 바다거북과에 속하는 푸른바다거북∙붉은바다거북∙올리브각시바다거북∙켐프각시바다거북∙매부리바다거북∙납작등바다거북의 6종과 장수거북과에 속하는 장수거북 1종으로 분류된다. 바다거북과와 장수거북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거북의 등을 덮은 등딱지의 형태이다. 바다거북과에 속하는 종들은 인갑형태의 딱딱한 등딱지를 가지지만 장수거북은 딱딱한 등딱지 대신 가죽과 같은 피부가 덮여 있다. 바다거북과에 속하는 종들이 허파호흡에 의존하는 반면 장수거북의 경우 허파 호흡 외에 보조 호흡 수단으로 물에서 산소를 걸러내기도 한다. 이들은 입 뒤쪽 목구멍에 실핏줄이 많이 모여 있어 물고기 아가미처럼 물이 들락날락할 때마다 물에 녹아 있는 산소를 실핏줄을 통해 흡수해 낸다. 이러한 신체적 특징으로 장수거북은 1,200m에 이르는 수심까지 잠수할 수 있으며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7종의 바다거북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푸른바다거북(Chelonia mydas) 
전 세계 바다에 광범위하게 발견되어 바다거북의 대명사가 되었다. 갑의 길이 0.7~1.2m, 몸무게 90~140kg 정도이다. 주로 해조류를 먹는다. 영어명으로 그린터틀(Green turtle)이라 불리는데 이는 이들로부터 짜낸 기름이 녹색인 데서 유래한다.

붉은바다거북(Caretta caretta) 
푸른바다거북과 비슷하지만, 머리가 더 크고 불그스름한 갈색을 띠고 있다. 성질이 다소 난폭한 편이며 육식성이다.

매부리바다거북(Eretmochelys imbricata)
길쭉한 머리끝에 뾰족하게 구부러진 단단한 부리와 톱날같이 갈라진 등딱지가 특징이다. 최대 몸길이는 1m이며, 평균 몸무게는 80kg이다. 다른 바다거북과 달리 해면동물을 즐겨 먹는다.

올리브각시바다거북(Lepidochelys olivacea) 
몸무게 50kg 정도로 바다거북 중 크기가 작은 종이다. 몸의 색이 올리브 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켐프각시바다거북(Lepidochelys kempii)
몸길이 1미터 미만이며 평균 몸무게 45kg 정도의 작은 바다거북으로 대서양과 멕시코 만에만 분포한다. 부리모양의 입으로 게를 즐겨 잡아먹는다.

납작등바다거북(Natator depressus)
오스트레일리아 연안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납작한 등딱지가 특징이다.

장수거북 (Dermochelys coriacea) 
2m 이상의 크기에 몸무게가 350~700kg 정도로 현존하는 거북 중에서 가장 큰 종이다. 열대지방에서 주로 발견되지만, 바다거북 중에서 분포 범위가 가장 넓다. 다른 바다거북에 비해 큰 앞발을 가져 장거리 수영에 적합하며 1,200미터 이상 수심까지 잠수할 수 있다. 


용궁의 사신으로 대접받았으나 현재는 멸종 위기
부산 시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바다로 돌아간 바다거북

우리나라 연안에도 이따금 바다거북이 출현한다. 어민들은 바다거북을 발견하면 용궁의 사신으로 길하게 여겨 술과 음식을 한 상 가득 대접하여 바다로 돌려보낸다. 2009년 여름 경남 거제도 앞바다에서 바다거북 한 마리가 심하게 다친 상태에서 그물에 잡힌 적이 있었다. 어민들의 신고를 받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는 부산 아쿠아리움 수조에서 치료와 회복기를 거치게 한 다음 2009년 10월9일 해운대 앞바다에 방류했다.

우리 민족에게 신성시되는 바다거북이지만 멕시코 해안가 주민들은 귀한 손님이 찾아오거나 생일, 부활절과 같은 특별한 날에 바다거북 고기로 만든 카구아마(Caguama)라는 별식을 즐긴다. 이로 인해 이동하는 바다거북의 80퍼센트 이상이 중미지역에서 최후를 맞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1978년부터 미국의 멸종동물보호법과 1990년 이후 멕시코 법률에 의해 바다거북을 죽이는 것이 금지되고 있지만, 바다거북 고기는 여전히 암거래되고 있다. 현재 모든 바다거북은 *사이테스(CITES, 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 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에 의해 멸종 위기 종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 사이테스(CITES)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상업적인 국제거래를 규제하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채택된 협약이다. 1973년 3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채택되었기에 워싱턴 협약이라고도 한다. 1996년을 기준으로 134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3년 7월 가입했다. CITES에 의해 규제되고 있는 동⋅식물은 약 3만 7,000종이며 이들은 보존의 시급성과 중요도에 따라 부속서 Ⅰ, Ⅱ, Ⅲ으로 분류되고 있다. 부속서 Ⅰ은 멸종 위험의 정도가 가장 높은 종을, Ⅱ는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그 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종을, Ⅲ는 거래의 통제를 위하여 다른 회원국의 협력이 필요한 종을 열거해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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